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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뇌가 MRI 상에서 80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무거웠습니다. 흡연과 음주, 운동 부족이 쌓이면 뇌가 말 그대로 쪼그라든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순간 홈트를 시작하기 전 소파에 누워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하지'를 반복하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운동을 미룬 것이 의지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는 시각과, 그럼에도 뇌를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시각 사이에서 제가 직접 겪은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뇌 건강과 운동, 인간 본능: 운동하기 싫은 건 정상입니다
운동을 못 한 날마다 저는 습관처럼 자책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없지?' 그런데 진화 인류학 연구를 보면 이 자책이 꽤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수렵 채집인으로 살던 시절 인류는 하루 평균 10~15km를 이동했지만, 그것은 먹고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움직임이었고, 식량 확보 시간 외에는 하루 10시간 가까이 그냥 앉아 지냈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던 셈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뇌는 최대한 쉬고 에너지를 아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진화심리학에서는 '에너지 보존 본능'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는 성질이 유전자 수준에서 프로그래밍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철인삼종 경기에 나가는 사람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는 건 귀찮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웃기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이 본능을 너무 쉽게 만족시켜 준다는 데 있습니다. 배달 앱 하나면 밥이 오고, 에스컬레이터가 계단 옆에 나란히 있습니다. 저도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함께 보이면 고민 없이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발이 먼저 향합니다. 예전에는 움직이지 않으면 굶었지만 지금은 움직이지 않아도 아주 잘 먹고 살 수 있으니, 비만·당뇨·고혈압·고지혈증 같은 질환이 이렇게 흔해진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 운동하기 싫은 것은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진화적으로 형성된 에너지 보존 본능의 결과입니다
- 수렵 채집 시대 인류도 식량 확보 외 시간에는 하루 10시간가량 앉아서 지냈습니다
- 현대 문명은 본능을 너무 쉽게 충족시켜, 의식적으로 움직이려는 노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필요해졌습니다
홈트로 알게 된 것: 시작이 전부였습니다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는데 밖에 나가려면 옷 갈아입고, 짐 챙기고, 다녀와서 씻어야 하는 과정이 마음의 장벽이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이 홈트, 즉 홈 트레이닝이었습니다. 여기서 홈 트레이닝이란 별도의 헬스장 방문 없이 집 안에서 맨몸 혹은 간단한 도구만으로 진행하는 운동 방식을 말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화면 속 강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스쿼트를 해내는데, 제가 직접 해봤더니 몇 개 하지도 않아 허벅지가 당기고 숨이 찼습니다. 쉬는 구간이 언제 나오나 화면만 쳐다보다가 중간에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끝까지 따라 하고 나면 기분이 달랐습니다. 온몸에 땀이 나고 숨은 차는데, 이상하게 몸은 오히려 개운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특이한 감각인데, 시작 전에는 그렇게 하기 싫던 것이 끝나고 나면 '그래도 오늘은 했다'는 뿌듯함으로 바뀝니다. 운동은 시작하기 전까지가 제일 힘들다는 말이 제게는 홈트를 반복하면서 몸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일단 영상을 켜고 첫 동작만 따라 하면, 어떻게든 어느 정도는 하게 되더라고요.
'운동을 끝까지 해낸 사람'과 '포기한 사람'의 차이를 연구한 시각도 있는데, 한쪽에서는 의지력의 문제라고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래 운동 습관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제 경험상은 후자 쪽이 더 설득력 있었습니다. 처음 홈트를 시작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몇 주 반복하고 나니 그 첫 동작의 장벽이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한 번 몸에 길이 생기면 그다음은 조금 다릅니다.
뇌 가소성: 지금의 습관이 미래의 뇌를 만듭니다
재활의학과에서 뇌를 전문으로 보는 의료진이 "MRI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보인다"고 말하는 데는 근거가 있습니다. 흡연과 음주를 30년 넘게 지속한 50대의 뇌 MRI는 70대 수준으로 위축되어 있고, 두 개골 안을 가득 채워야 할 뇌 조직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어 있는 사례가 실제 임상에서 보고됩니다. 이런 상태를 뇌 위축(Brain Atrophy)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뇌 세포가 줄어들고 뇌 조직의 부피 자체가 감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경도인지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란 기억력이나 판단력 같은 인지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 저하되었지만 아직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절반은 치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 단계에서 어떤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느냐가 이후 궤적을 크게 바꿉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운동을 단순히 체중 관리 수단으로만 봐왔던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는 개념도 이와 연결됩니다. 뇌 가소성이란 경험과 자극에 따라 뇌 신경 회로가 재조직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어릴수록 이 능력이 높다는 것이 정설인데, 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 따르면 신체 활동은 나이에 상관없이 뇌의 해마 부위 용적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보고됩니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의 핵심 부위입니다.
그렇다면 운동은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일찍부터 습관으로 만들수록 뇌에 유리한 보상 회로가 형성되기 쉬워진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기준 주당 최소 150~300분의 중등도 신체 활동을 권고합니다. 다만 MRI 하나만 보고 그 사람의 생활 전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은 조금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기저 질환, 연령대별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생활습관이 뇌에 흔적을 남긴다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단일 요인으로 결정된다는 시각은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홈트를 지속하면서 느낀 건, 몸이 개운해지는 것도 있지만 '오늘도 했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뇌 안에 작은 길 하나가 생기는 느낌이 있다는 겁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짧게라도 반복하면 그 반복 자체가 뇌에 기록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운동하기 싫은 게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고요?
A. 의지력 탓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진화적으로 인간의 뇌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렵 채집 시대 인류도 식량 확보 외 시간에는 하루 10시간 가까이 앉아서 지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그 본능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고, 이해한 뒤에 어떻게 환경을 만들어가느냐가 결국 습관의 차이를 만듭니다.
Q. 홈트만으로도 뇌 건강에 효과가 있나요?
A. 운동의 강도나 종류보다 '지속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WHO는 주당 150~300분의 중등도 신체 활동을 권고하는데, 이것은 헬스장에서만 채울 수 있는 분량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홈트를 꾸준히 반복한 것이 '아무것도 안 한 날'과는 몸과 기분 모두에서 차이가 났습니다. 거창한 루틴보다 작게 자주 움직이는 것이 현실적인 시작점입니다.
Q.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운동을 해도 나아지나요?
A.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운동이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만 효과의 정도는 개인 차이가 있고, 운동만으로 치매 진행을 완전히 막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이 단계에 이른 경우라도 운동 경험이 없던 분보다 있던 분이 프로그램에 끝까지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일찍부터 습관을 만들어두는 것이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뇌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이 가장 좋은가요?
A. 달리기나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뇌 해마 부위 용적 유지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습니다. 다만 가장 좋은 운동은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 역시 거창하게 시작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짧은 홈트를 반복하는 쪽이 훨씬 오래 이어지더라고요. 종류보다 꾸준함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운동을 미루는 것이 단순히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저는 자책을 조금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하지'라는 질문을 채웠습니다. 제게는 그 답이 홈트였고, 영상을 켜고 첫 동작 하나를 따라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뇌 가소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뇌 위축이나 경도인지장애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듯, 건강한 뇌도 오늘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운동을 못 했다고 자책하기보다, 오늘 짧게라도 몸을 한 번 더 움직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